@대구, Nikon Fm2, 2005

 

국민학교 시절 우리집에는 누가 썼는지 모를 《최불암 시리즈》와 이계진 아나운서가 쓴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딸국!》, 유일신을 유머로 승화(?)시킨《하나님, @$@#$%$~》(제목은 잘 모르겠다. 검색도 귀찮다) 등 각종 유머집이 있었다. 아빠는 그런 책을 잘 안 보시니 아빠가 샀을리는 없고, 우리가 샀을리는 더더욱 없고.. 대단한 추리를 하지 않아도 누가 줬거나 엄마가 샀다는 결론이 나온다.
요즘은 그런 책을 굳이 돈주고 사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세태를 풍자한 짧은 글들이 많았다. 읽을 당시에는 몰랐지만, 커서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책들의 구절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하나 소개해 볼까.

어떤(이런 유머는 늘 이렇게 시작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남자가..) 아버지와 아들이 버스를 탔다. 내릴 때가 되자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를 쥐어박아 애를 울게 만들더니, 자기도 엉엉 우는게 아닌가.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다들 궁금해 하는데, 아버지가 가리킨건 버스에 써 있는 문구 하나. "내리실 때 부자를 울리세요"


지금 이 얘길 읽고 당신들이 취할 반응은 세가지일 것이다.
1. 무릎을 치고 웃거나
2. 왜 아버지가 우는지 모르거나
3. 내릴 때 왜 부자를 눌러야 하는지 모르거나.

왜냐면, 이 얘길 이해하려면 세가지의 기본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1. 버스에서 내릴 땐 벨을 눌러야 한다.
2. 벨을 '부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3. 아버지와 아들을 한자로는 '부자'라고 부른다.

1번은 버스를 한 번이라도 타본 사회적 동물이라면 다 아는 기본 숙지사항이고,
영어가 더 쉬운요즘 애들에게 2번을 이해시키려면 영어사전을 들이밀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buzz·er 〔bz〕  n.  버저; 윙윙거리는 벌레; 기적, 사이렌; 《영·속어》 전화; 《속어》 신호병; 《미·속어》 경관의 배지

덩달아 국어사전도 디밀어 본다.

버저(buzzer) [명사] 
[명사]<물리>전자석의 코일에 단속적(斷續的)으로 전류를 보내어 철판 조각을 진동시켜 내는 신호. 또는 그런 장치. 초인종의 대용이나 모스 부호 따위를 수신하는 데 쓴다. 
 
 
영어를 잘하는 애들은 이해하겠지?
무슨 이유로 그 당시에 영어단어를 촌스럽게 한글화 시켰는가에 대해서는 그 당시의 표준어에 대한 정의와 문법을 뒤져봐야 알겠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지나가겠다.

은근히 3번을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 그건 우리나라 국민으로 한글을 제대로 구사하는 기본바탕이 안 된거로 간주하고 지나가겠다.

요즘 버스에는 저 문구가 없지만,
지금도 '부자'를 보면 내리는 문 앞에서 우는 '부자'가 생각난다.


국문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공순이 입장에서 봐도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의 어투나 글을 보면 참 한심할 때도 많다. 글솜씨까지야 내가 평가할 입장은 아니고. 
영어돌풍이라 영어식으로 예의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게 유행인가? 알고보면 영어도 예의바른 언어인데. 그럼 왜, 국적불명의 예의없는 말을 지껄이게 된걸까.
결국, 그건 지역적인 개인 소양이다.


혹시, 아직도 얘기가 이해 안 되시는 분이 있다면 이 글도 소양없는 글이 될테지만.
난 그 꼴은 못보니 개념탑재하셔서 조용히 안드로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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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는/몽상夢 l 2009/04/2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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